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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하나의 화근, 장밋빛 개발공약 경쟁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각 캠프에서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공약을 들여다보면 나라 곳간을 거덜 내겠다고 작정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경제성과 시급성이 떨어지는데도 10조원 규모의 신공항이나 5조원짜리 고속철도 사업 추진을 대수롭지 않게 꺼내니 하는 말이다. 엄청난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만 재원조달 계획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저마다 착공하겠다고 부르짖지만 왜 지금 당장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복지공약 경쟁으로 나라살림에 큰 부담을 안기는 것도 모자라 개발공약까지 남발하는 것은 국가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 난 동남권 신공항의 망령이 이번 대선에서 되살아난 것이 대표적이다. 불과 1년 사이에 사업성이 확보될 턱이 없는데도 박근혜ㆍ문재인 후보 모두 영남 지역만 방문하면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입에 올린다. 세계 공항평가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인천국제공항의 2단계 확장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기존 공항 민영화로 조달해야 할 만큼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유력후보들이 강원도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공약으로 내거는 춘천~속초 고속전철 건설도 지난해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낮은 것으로 이미 판명된 사업이다. 4대강 같은 토건사업을 그토록 비판하던 민주당은 더 가관이다. 제주 신공항도 모자라 목포에서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프로젝트까지 만지작대고 있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국책사업은 철저한 타당성 분석과 우선순위를 두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선이라는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면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원배분의 왜곡을 낳아 정작 필요한 사업이 뒷전으로 밀린다. 소외지역의 반발에 따른 지역갈등의 소지도 다분하다.

국가 지도자라면 국책사업을 득표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지만 주민들 역시 홀대론을 앞세워 개발공약을 강요하는 지역이기주의를 자제해야 한다. 유권자는 개발공약의 허실을 잘 따져보고 장밋빛 개발공약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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