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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사건 여파 속 개원 보육시설 가보니…]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 "원생 못채워 문닫을 판"

보육환경 불신 커 학부모 외면

"교사조차 내보낼 수도" 한숨

국공립 어린이집은 문전성시

"지난 두 달 동안 입원 문의전화가 한 통도 없었습니다. 정원을 못 채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결국 현실이 됐네요."

2일 오전에 만난 경기도 광주 시내의 A어린이집 B원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 초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학부모들의 입원 문의가 거짓말처럼 뚝 끊기더니 결국 입학일을 지나서도 20명 정원에 16명밖에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B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밤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정원이 20~30명 수준인 소규모 가정형 민간 어린이집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상당수 민간 어린이집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조촐하게 개원식 행사를 가져야만 했다. 보육환경에 대한 불신으로 학부모들이 민간 어린이집을 외면하면서 원생이 급감해서다.

B원장은 "지난해 이맘때쯤만 해도 대기명단에 많게는 10명이 올라왔는데 요즘에는 문의전화조차 없다"며 "2세반 아이들이 졸업하고 신입생을 받았는데도 정원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C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어린이집은 원래 정원이 42명이지만 인천 사건의 여파로 졸업생이 생긴 후 재원 어린이 수가 20명까지 떨어졌다. C어린이집 유모 원장은 "20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정원을 못 채우기는 이례적"이라면서 "학부모들이 비교적 규모가 큰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데 따른 결과"라며 한숨을 지었다.



수도권의 D어린이집 원장은 "원생이 줄면 있는 교사조차 내보내야 하는 악순환에 처할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사를 충원해 보육여건을 개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가정 어린이집의 김모 원장 역시 "교사 숫자가 부족해 공휴일에도 쉬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해 질 좋은 보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인기는 치솟았다. 서울 강남구 국공립 어린이집의 곽모 원장은 "정원이 79명인데 현재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동 수만도 300명에 달한다"며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보육환경이 나은 국공립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등 부유한 자치구의 민간 어린이집도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과는 무관하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 원장은 "(어린이집이) 요새 힘들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지역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대치동에서는 (원생 폭행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커 여전히 대기명단에 등록된 아동 수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국공립 등에 입원시키려는 대기자 수는 늘고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은 정원도 못 채우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응해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대와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의 경영압박은 과열경쟁에 따른 자연스러운 도태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는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지역별·수준별로 어린이집의 수요를 꼼꼼히 분석해 차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석·정순구·백주연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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