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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버킷과 정치권


정치부 김지영 기자

“찬물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들 잘 설득해달라”(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내가 강경파다. 정신 바짝 차려서 세월호법 가족 요구대로 통과시키라는 말로 해석한다”(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2일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얼음물 샤워’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 대표는 얼음물을 뒤집어쓴 후 다음 참여자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지목했다. 이유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까지 반대하고 나선 야당 내 의원들을 설득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박 의원은 다음날인 23일 얼음물 세례를 받으며 김 대표에 화답했다. 다만 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동참했지만 국내에는 세월호법에 애태우는,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 자식들의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며 “‘아이스버킷’이 ‘세월호버킷’과 동시에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뒤이어 박 의원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추천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주역들이었다.

정치인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며 권위를 내려놓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다만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까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전히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와 있다. 김무성 대표가 얼음물 샤워를 하는 동안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오랜 단식 끝에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병원에서조차 단식을 멈출 수 없다며 식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다른 유가족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며 청와대 인근을 떠나지 않으며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가 유가족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데서 비롯된 일들이다. 앞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여당 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논란이 되더니 급기야 증인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파행됐다. 유가족들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세월호 특별법에 희망을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마저도 야당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내용의 재협상안에 합의를 해주면서 유가족은 정치권 전체에 마음을 돌렸다. 지난 22일 광화문 농성장에 있던 유가족은 “여당은 그렇다 쳐도 야당은 이제까지 우리 말에 공감해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4일로 131일째다. 유가족의 마음을 돌릴 정치권의 행보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을, 새정치민주연합은 ‘공감’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에 입법권이 있기 때문에 불신하면서도 국회의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 유가족은 말했다. 지금이라도 ‘세월호 버킷’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

/ j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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