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키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속한 비준안 처리는 야당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에 이은 본회의 표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18일 이를 공론화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SBS라디오에 출연, “당에서 필요한 시기가 되면 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박 의장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 분위기에 대해 외통위 통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의장은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어떤 국회의장이 합의처리를 마다하고, 그 아닌 다른 방법을 선호하겠느냐”면서 “그걸 좋아서 그 길로 간 사람은 없다.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를 방문해 제안한 ‘선(先) FTA 발효, 후(後)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합의문서’를 요구한데 대해 “협상카드를 만든 장본인 중 한 사람으로서 할 얘기가 있다”며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건 미국 의회인데 누가 대신해서 (ISD 철폐 약속을) 해주겠다는 것이냐. 이해할 수 없고 그 대목이 제일 섭섭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 남송 시대 육유(陸游)라는 시인의 한시 중 ‘산중수복 의무로 유암화명 우일촌(山重水複 疑無路 柳暗花明 又一村ㆍ첩첩 산중에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성 싶어도 버드나무 흩날리고 꽃이 피어오르는 그곳에 또 다른 마을이 있다)’ 구절을 인용하며 “나는 항상 우일촌을 믿지만 이번에는 무일촌(無一村ㆍ촌이 없다)이다. 이게 내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중재 노력을 많이 했는데, 민주당이 거부했다. 다른 쪽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생각 중”이라며 본회의가 열리면 직접 사회를 볼 지에 대해서도 “사회권이야 의장한테 있는 것이고…”라고 언급했다. 다만 박 의장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시 약속한 중간평가를 놓고 대치 정국이 형성됐을 때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청와대를 방문해 중간평가 실시 취소를 언급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야당 지도부가 김 전 대통령 같은 통 큰 정치인이 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며 “국익 앞에 자기의 정치적 야망이나 당리당략을 초월할 수 있는 선배 정치 거목의 자취를 한번 더 뒤돌아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에 대해 “카드가 없다고 손을 빼면 직무유기 아닌가. 머리를 맞대고 통큰 결단을 내려보라”며 마지막 대타협을 주문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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