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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덩어리 애널 보고서

"애널리스트가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보더니 바로 다음날 두 쪽짜리 보고서가 나오더라고요."

올해로 상장 3년 차를 맞는 코스닥시장 A기업 홍보 담당자의 푸념이다. 그의 말을 듣고 B증권사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찾았다. 두 쪽짜리 보고서에는 표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분석내용도 절반은 사업보고서 공시만 보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물론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도 없었다.

굳이 애널리스트가 아니더라도 기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큰 노력 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보고서가 나오기 6개월 전 A기업에 대해 B증권사가 발간한 분석리포트도 이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전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두세 줄에 불과했다.

왜 이런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일까. A기업 담당자는 "애널리스트 뜻대로 쓴 게 아니라 B증권사가 상장 주관사이다 보니 계약 이행을 위해 억지로 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6조와 시행세칙 제23조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주선인은 상장일로부터 2년간 해당 기업의 분석보고서를 반기별 1회 이상 작성해 게시하도록 정해져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기업의 경우 이 같은 조항이 없더라도 시장의 논리에 따라 애널리스트 스스로 보고서를 만들게 된다. 거꾸로 말해 A기업과 비슷한 기업들은 관심 대상이 아님에도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보고서가 나온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지난 2010년 코스닥시장 상장사 4분의1에 해당하는 14개사가 상장주관사가 아닌 다른 증권사의 분석보고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가 강제 보고서 조항을 둔 것은 투자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초의 좋은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실정이다. A기업의 사례처럼 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소홀한 분석으로 오히려 혼란만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하는, 다시 말해 보고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관리주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게 힘들다면 차라리 시장에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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