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가 수년간에 걸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재도약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소니는 30일 공모방식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최대 4,400억엔(약 4조13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소니가 공모증자를 실시하는 것은 일본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인 지난 1989년 7월 2,310억엔을 조달한 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소니는 이번 공모증자로 3,200억엔, CB로 1,200억엔을 각각 끌어모을 계획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조달한 자금은 스마트폰용 화상 센서 등 디바이스 사업의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신문에 따르면 소니의 화상 센서 관련 설비투자는 올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전년도 대비 5배가량 늘어난 2,1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지난 수년 동안 TV사업 부문의 감원과 PC사업 분리 등 부진한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주력해왔지만 이제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있는 만큼 성장사업에 투입할 장기적 사업자금을 확보해 본격적인 재도약 채비를 갖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회계연도 소니는 연결기준 1,400억엔의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소니가 26년 만에 대규모 증자에 나선 데는 실적회복뿐 아니라 일본 증시의 전반적인 호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신규 발행해 일반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공모증자의 성패를 가르는 데는 증시 분위기도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이후 도쿄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공모증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에너지 업체인 J파워가 발전소 건설 등을 위해 1,190억엔 규모, 라쿠텐이 차입금 변제와 설비투자를 위해 1,800억엔 규모의 공모증자를 각각 실시한 바 있다.
신문은 주가 호조세를 타고 기업이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투자해 수익증대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임금 인상과 주주환원 등의 형태로 자금이 선순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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