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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무능·구태정치에 등돌리는 민심 직시해야

이해·갈등 조정자로서의 국회 기능에 대한 일반 국민의 회의적인 시각이 자칫 정치 무용론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한국갤럽이 22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9명(88%)가량이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표본오차를 간신히 넘어서는 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응답은 갤럽의 2013년 5월 조사에서 기록한 10% 이후 최저 기록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 법안과 경제·민생 법안 처리가 잇따라 무산되는 등 국회의 무능과 구태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을 숫자로 확인해준 결과다.

국회에 부정적인 비판 여론의 핵심은 정치권이 결국 자기 이해에만 매몰된 채 국회의 존재가치인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불신의 이유로 '여야 합의 안 됨, 싸우기만 한다, 소통 안 함(21%)'을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당리·파벌 정치(11%)' '이익·비리 문제(11%)' '국민 생각 않고 여론 무시(9%)' 등을 다음으로 꼽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조사기간이 19일부터 21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국회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여야 정치권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국민이 국회와 정치권에 느끼는 실망감과 혐오가 구조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입법활동에 철저히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돼온 수많은 법안은 정파 이익에 농락당하기 일쑤이고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노동 개혁 모두 노골적인 이익집단 편들기 양상을 보였을 뿐이다.



정치권은 매번 스스로 책임져야 할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기 혁신'의 간판을 내세우고 국면이 바뀌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그 같은 기회주의적 행태의 반복은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정치권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행동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 정치권을 준엄하게 심판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가 국민에게 완전히 외면받는 '몰락'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인들의 철저한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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