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대표단도 부족분인 3억 유로를 메울 대안을 찾는 데 보름이라는 추가 시간을 제시해 구제금융 협상이 ‘잠정 합의’에 이른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빈사 상태에 이른 그리스 경제에 혹독한 추가 긴축을 감당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을지 의문인데다 4월 총선 등 돌발 변수도 남아 있어 여전히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사회당, 신민당, 라오스 등 세 정당 당수들은 9일(현지시간) 새벽 1시까지 8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정부와 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간 협상을 통해 마련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 합의안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파파데모스 총리는 회동 직후 성명에서 “추가 긴축 최종 합의에 단 한 가지 장애물(연금 개혁)만을 남겨 놓았다”며 “9일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 이전에 모든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역시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9일) 예정대로 열린다”며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긍정적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로존은 그리스 정당지도자들이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합의해야 ▦구제금융 지원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을 두 축으로 하는 그리스 2차 지원 승인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3억~6억유로 규모의 부족분은 그대로 둔 채 나머지 합의사안들을 ‘잠정 합의’로 받아들이고 그리스 지원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특히 트로이카가 부족분을 메울 대안을 찾도록 15일을 줬다는 점이 사실상 ‘잠정 합의’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리스 극우정당 라오스의 게오르게 카라차페리스 당수도 “보충적 연금에 관한 정당지도자들 간 작은 의견차는 해결될 것”이라며 “구제금융 지원 조건 합의안이 표결을 위해 며칠 내, 아마도 12일에는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치인들로서는 국민들에게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제금융의 또 다른 전제 조건인 국채교환프로그램(PSI) 협상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채권단은 현재 보유중인 그리스 국채를 30년물 장기 채권으로 교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3.5%선으로 맞춰 액면가 대비 70%의 손실을 감수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은 9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승인이 이뤄질 경우 12일 그리스 의회 긴축안 통과, 13일 민간 채권단 국채 교환 개시 등의 절차를 거쳐 바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많다. 그리스 정상화에 당초 예상된 1,300억유로 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EU가 부족한 자금을 대거나 ECB가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도 손실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그리스 재정을 감시하는 특별 기구를 설치하거나 구제금융 자금을 제3자가 관리하는 특별계좌에 입금해야 한다는 독일과 프랑스측 입장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계속되는 추가 긴축에 분노한 그리스 국민들의 반응이다. 그리스 정치권이 구제금융 조건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자총연맹(GSEE)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10일과 11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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