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책기조에서 차별성이 없다 보니 하위 실무방안들은 도토리 키재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책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니 낡고 유치한 네거티브 난타전의 구태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는 공산주의라는 색깔론을 들먹이고 반대로 민주당과 안 캠프에서는 유신부활이라는 과거사 공격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대선처럼 국가 미래 비전과 정책의 기본철학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을 유권자가 검증하고 심판하겠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할 판이다.
그나마 공약이라는 것들은 장밋빛 일색이다. 재원조달 방안은 추후 발표한다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절감으로 해결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세 후보 모두 복지확대를 약속하지만 누구도 세금을 올리자는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사정은 뻔하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 대책은 뜬구름 잡기다. 저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지만 정책공약이라기보다 공허한 구호에 가깝다. 차별 없는 고용이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니, 국민의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느니 하는 식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50% 축소, 중산층 비율 80% 달성 같은 목표를 제시한 공약도 있지만 어떻게 실천할지는 알 길이 없다.
공약은 목표나 비전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어떻게 이뤄낼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사기극이다. 정치개혁을 외치는 대선 후보들이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은 말만 번드르르한 공약을 내놓고 표를 달라는 몰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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