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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시라이 파문 이후 중국 어디로


올해 2월28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전 총재의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장.

한 보수적인 중국인 재야 학자가 '세계은행, 너희 독약을 갖고 미국으로 꺼져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회견이 15분간이나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졸릭 전 총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개발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작성한 '중국 2030'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시장 개혁, 국영기업 민영화 등 시장경제형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프닝이 발생한지 거의 반년 뒤인 지난 9일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원. 재판장에 선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를 인정했다. 올 2월 이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보시라이 파문'이 종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맞물려 진행되는 노선-권력 투쟁

이 두 사건은 서로 관련 없는 듯 보이지만 중국이 성장 모델 전환을 놓고 거대한 내부 파열음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 내 개혁파의 입김이 반영된 세계은행 보고서는 올 10월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 교체를 앞두고 보수파의 입지를 꺾기 위해 제시됐다.

보시라이 사건 역시 개혁파인 공청단파와 보수파인 태자당-상하이방 연합 세력이 충돌하는 와중에 증폭됐다. 마오쩌둥 이래 중국의 권력 투쟁이 노선 투쟁과 맞물려 진행돼온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차기 상무위원에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보시라이의 숙적이자 공청단파가 밀고 있는 왕양 광둥성 당 서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선 투쟁이 크게 '빵을 함께 나누자(共同富裕)'는 보시라이의 충칭 모델과 '먼저 빵을 키우자(公富論)'는 왕양의 광둥 모델을 놓고 진행돼온 점을 감안하면 공청단파가 일단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좌파들이 반격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권력투쟁과 성장모델 논쟁은 한층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보수 원로 등 336명이 개혁파인 원자바오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나아가 보시라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중국 인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중국 공산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 파문은 살인과 음모, 불륜 의혹, 부정부패 등 그 어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요소를 고루 갖추며 중국 지도층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보시라이 사태의 와중에 후진타오 국가 주석, 원자바오 총리, 시진핑 부주석 등 최고 권력층 일가의 천문학적인 부가 폭로되고 말았다. 중국 인민들로서는 권력층이 중국 내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빈부격차 해소와 부패 척결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베이징 컨센서스 지속 가능성 의문도

보시라이 사태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가 지속 가능한지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정부의 지도력과 실용주의적 경제 정책을 결합한 뒤 지난 30년간 수출 중심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은 물론 내수마저 어려운 가운데 심각한 환경오염, 지역ㆍ계층 간 소득 격차 등의 해결 없이는 경제 성장의 지속이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치안 예산이 106조위안으로 국방 예산 102조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사회주의적ㆍ자본주의적 요소와 개혁적ㆍ보수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가운데 국내외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해온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대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아직 낮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이 손상될 경우 중국이 재도약이냐, 쇠락이냐라는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경제가 중국 권력 투쟁의 향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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