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초 서초구 방배동 빌라 전세를 계약한 박모(41)씨는 잔금날짜를 앞두고 전에 살던 주인한테 전세보증금을 빼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끊겼다. 알고 보니 전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했는데 이자를 못갚아 잠적을 해 버린 것이다. 새로 계약한 집 주인에 잔금을 줘야 하는데 급전을 구할 데가 마땅찮은 박씨는 어떻게 할 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박씨처럼 계약이 만료됐어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할 수 없이 이사를 나가게 된 세입자들이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세 계약 만료 이전에 집을 비우게 된 세입자들이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로 몰리고 있다.
24일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센터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상담이 1,287건으로, 지난해 8월 센터가 개소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의 월평균 전세보증금 상담 건수(약 508건)에 비해서도 2.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연말 전세철이 다가오면서 지난 8월 459건에 그쳤던 전세보증금 상담은 9월에 899건으로 늘더니 10월에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일반임대차 상담, 임차권등기명령 등 사법적 구제 지원 상담 등과 더불어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담 등 전세보증금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에 전세보증금 상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이사철과 맞물린 측면도 있으나 전세난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의 분쟁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우선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하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측은 전세보증금을 떼일 염려 등이 있기 때문에 센터 등에서 정보를 얻어 대비를 확실히 해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령 전세금을 돌려받기 전 새집으로 주소지를 이전할 경우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어 세입자들은 주택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등을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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