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3일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중산층의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 부의장은 "중산층 축소에 따른 소득 분배 악화는 소비 수요 위축을 야기하고 생산과 고용 하락, 즉 경기 침체를 가져온다"며 "사회적으로는 양극화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불안정을 확대해 정치적 투쟁이 또다시 경제적 불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악순환 과정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대시킨다"며 "20세기 초 세계가 겪은 대공황이 바로 이런 소득 분배 악화에 따른 수요 부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이 지적한 중산층 축소의 원인은 세계화와 기술변화다. 그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화 등 기술의 변화와 세계화는 승자 독식의 사회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화를 통해 국가 간 경제적 격차는 해소되는 반면 국가 내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가지 현상이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관건은 경제 환경과 기술 변화에 따라 정치·경제적 제도가 유연하게 변화해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국가의 발전은 사회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정치·경제적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다론 아제모을루루 MIT 교수의 주장을 인용했다.
이 부의장은 중산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이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경쟁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도 기존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 위축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고 그 영향이 정치·경제·사회에 복합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양극화라고 하기보다는 '중산층의 위기'로 보려는 서울경제의 시도는 긍정적 정책시각을 가져오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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