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닻을 올린 시진핑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청년기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농촌 문제를 경험한 것은 물론 초년 지도자 때부터 개혁ㆍ개방 30년의 눈부신 발전을 몸소 이끌며 목도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고속성장이 가져다준 중국의 발전을 지속ㆍ안정화시켜나가면서도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라는 사회 부작용을 치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중국은 수출과 투자 일변도를 통한 두자릿수 이상의 고속성장 시대가 마감하면서 내수 위주로의 성장 모델 전환이 절대과제이고 이를 위한 소득분배, 사회보장 제도 강화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심해지는 공산당 부패 타파, 국영기업 독점 철폐 등 기득권 및 특권에 대대적인 메스를 대야 한다.
시진핑호의 시대 화두가 '공평과 정의'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전 부문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시진핑호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경제 정책에서 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도 빈부격차나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공산당과 군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당내 민주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의 권위를 세우고 민주화 세력을 억눌러야 하는 큰 난제를 안고 있다. 자칫 '권력기반'과 '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제 총사령탑인 리커창 차기 총리는 앞으로 서민주택 건설 확대, 전국민 의료보험 보장 시스템 구축 등 다방면의 서민복지 강화 정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중국민의 소득 제고 기반 구축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리 차기 총리는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차기 최고지도자 1순위였던 인물로 역대 최강 실세 총리이기 때문에 각종 개혁조치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상무위원에 발탁되며 최고지도부에 입성한 장가오리 톈진시 서기는 석유 기술자로 시작해 개혁ㆍ개방 1번지인 선전 서기 때 기업에 대한 서비스 확대 등 과감한 개혁조치로 경제발전을 이끈 경제통으로 리 차기 총리를 보좌할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장가오리는 상무부총리를 맡아 리커창의 정책을 굳건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리 차기 총리처럼 장 신임 부총리는 개혁ㆍ개방 옹호론자로 대외경제 정책에 있어 찰떡 콤비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번 최고지도부 인사에서는 왕치산 부총리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내정되면서 당 부패 문제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사실 왕 부총리는 건설은행장, 금융ㆍ경제담당 부총리 등을 맡은 경제통으로 경제 정책을 총책임질 총리로 한때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왕 부총리를 전격적으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에 배정한 것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를 당풍을 책임지는 포스트에 포진시킴으로써 대대적인 당 부패에 대한 청산작업에 나서게 하겠다는 당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은 보시라이 사건에 이어 터진 원자바오 총리 일가의 3조원대 재산 축적설 등으로 중국민에게 부패 이미지가 확산되는 위기에 처해 있고 이에 따라 통치기반 확보를 위해서라도 당내 민주화를 통해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20여년간 당 선전과 이론 분야에 몸담아왔던 류윈산 당 중앙선전부장을 최고지도부에 입성시킨 것은 당 부패작업을 추진해나가되 공산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어떤 내부 세력과 미디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이해된다. 국가부주석을 맡게 될 류 부장은 민감한 정치사건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관영 언론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통제조치를 구사해온 보수파 중의 보수파다.
결국 당내 민주화를 추진해나가되 당의 권위에 도전하는 어떤 세력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지도부가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각각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과 정협 주석을 맡게 될 장더장 충칭시 서기와 위정성 상하이시 서기는 계파 간 조정ㆍ통합 능력이 뛰어난 노련한 정치인들로 민주당파 등 제반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등 각 계층 간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평과 정의가 시대 화두가 되고 법치가 강조되면서 어느 때보다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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