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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푸조 208

‘사자’만 아니었다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작고, 기름 덜 먹는 차가 화두다. 배기량 2,000cc 미만의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가 대세다. 가격은 2,000만~3,00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의 208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208은 유럽에선 이미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공식수입원 한불모터스도 208이 한 달에 208대씩만 팔리며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고 있을 테다.

외관은 208이 경쟁자로 언급한 MINI(미니)나 폭스바겐 골프와 확연히 다르다. 보기만해도 단단한 기운이 느껴지는 미니에 비해서는 유려하고, 너무 무난해서 밋밋하기까지 한 골프보다는 세련됐다. 디자인에 대한 감성은 개인 차이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여성 친화적이다.

진면목은 문을 열어봐야 안다. 유럽의 대중 브랜드나 일본 차량들이 허접한 인테리어로 실망감을 주는데 반해 208은 보기만해도 내부가 고급스럽다. 한국(실내 인테리어 총괄 디자인을 한국계 신용욱씨가 담당)의 손길이 더해진 때문일까?

계기반은 핸들보다 다소 높아 어색하다. 고개를 살짝 들어서 본다고 ‘헤드업 클러스터’라고 부른다. 주행 중 전면의 상황과 계기반을 번갈아 보느라 시선이 이동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도한 변화다.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속도 등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실제로도 용이했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 유용하다.

스티어링 휠(핸들)은 카트에 달린 것 마냥 지금껏 경험한 어떤 차보다 작다. 그립감은 좋고 스포티한 조작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7인치 통합 멀티미디어 모니터는 매립형이 아니라 돌출형이다.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는 위치에 있으나 햇빛이 비칠 경우 확인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 트립 컴퓨터뿐 아니라 차량 설정 변경, 한국형 3D 내비게이션, 라디오, 블루투스, USB 연결 혹은 오디오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파일 재생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지원한다.

시트는 버킷 형태로 몸을 고정시켜주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감싸준다. 착좌감은 너무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아 편안하다. 장시간 주행에도 큰 무리가 없다. 시트 조작을 수동으로 해야 하지만 차 값을 봤을 때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 세대 모델(207)에 비해 시동을 켰을 때 들리는 소음과 차량의 진동은 많이 억제됐다. 디젤차량으로 이 정도면 됐다 싶을 정도. 내부로 전해지는 소음을 잘 차단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더딘 편이다. 엔진은 1,560cc짜리 디젤 엔진(1.6e-HDi)으로 최고 출력이 92마력에 불과하다. 속도가 올라가는 것보다 rpm(분당 엔진 회전 수) 게이지가 더 급격하게 치솟는다. 급가속을 하려다가는 속도 터진다. 시속 40km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힘을 받아 안정적인 주행이 된다.



그 때까지는 푸조 특유의 MCP 변속기가 주는 덜컥거림도 감내해야 한다. 수 차례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을 타면서 적응이 됐지만 다른 차량에서 느낄 수 없는 어색함은 여전하다. 변속감이 전에 비해 확실히 줄었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패들시프트를 통한 수동 조작에 익숙해져야 이 차의 맛을 알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안정적으로 속도가 올라가면서 치고 나가는 맛도 있다. 작은 차로 질주하는 재미도 있다. 막히는 도로 위를 가벼운 핸들링으로 요리조리 헤집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시속 120km 정도에 이르면 슬슬 차량에 부하가 걸린다. 속도를 더 높이자면 부아도 치밀어 오른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 못 하다. 시트로엥 DS3와 비슷한 감이다. 미니처럼 딱딱하지 않은 주행을 원한다면 대안이 될 만 하다.

앞 좌석은 다양한 수납공간과 여유로움이 느껴지지만 뒷 좌석은 상시 이용하긴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비좁아서 앉기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기엔 다리나 머리 윗 공간이 부족해 몸이 긴장된다.

푸조 208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연비다. 복합 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8.8km를 찍었다. 시내 주행에선 이보다 조금 낮고 고속 주행에선 20을 넘길 정도로 실제로도 비슷하다.

유럽에서 왜 이 차가 동급에서 경쟁력을 지녔는지는 보고 타보면 알 수 있다. 가격 대비 실용성은 최고라고 장담한다. 이 차로 고속도로에서 무한질주까지 노린다면 욕심이다. 동급의 2,000만~3,000만원대 모델이 늘어나고 있지만 객관적인 성능으로만 봐서는 별로 밀릴 것이 없다.

유일한 단점이자면 ‘사자(엠블럼)’가 박혀있다는 것을 꼽겠다. 젊은 수입차 고객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남의 이목도 중시하는 국내 시장에선 보닛 정면에 떡 하니 박힌 사자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삼각 별(벤츠), 네개의 링(아우디)이 달렸다면 판매량은 지금의 두 배 이상은 될 것이다.

푸조 208은 트림별로 ▦1.6 e-Hdi Feline(5도어) 2,990만원 ▦1.6 e-Hdi Allure(3 도어) 2,850만원 ▦1.4 e-Hdi Allure(5도어) 2,5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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