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은 일단 고장부위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추가 발사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부분은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완벽한 준비를 장담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할말이 없게 됐다.
과학위성을 실은 나로호 발사는 우주강국으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지난 2009년 9월 첫 발사 때는 두 개의 페어링(위성덮개) 중 하나가 분리되지 않아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2차 발사 때는 위성체가 산산조각나는 사고를 일으켰다.
나로호 발사는 일정이 연기됐을 뿐이지 실패한 게 아니다. 당국의 추가 점검과 조사를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발사 자체를 서두르지 말고 철저한 점검을 통해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 다시 발사대에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준비과정에 소홀한 대목이 있지는 않았는지, 기술적 결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면밀하게 따져야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우주 강국들도 초기에 수많은 실패를 딛고서야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일본의 H2A로켓이나 미국의 타이탄Ⅳ을 비롯해 선진국도 발사 직전에 사소한 오동작이 발견돼 차질을 빚은 사례가 숱하다. 오랜 준비작업 자체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값진 자양분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의 위성기술은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이지만 이를 궤도에 올릴 발사체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주개발 예산을 줄이고 발사 자체를 포기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우리 과학계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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