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6살에 호주 맥도날드에 매장 직원인 '크루(Crew)'로 입사해 맥도날드와 첫 인연을 맺은 뒤 맥도날드에서 30여년 가까이 근무해오고 있다. 지금은 한국 맥도날드를 대표하고 있지만 28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던 것이다.
맥도날드에서는 매장 근무 경험이 자랑스러운 경력으로 인정되며 필자와 같은 직원들이 아주 많다. 한국맥도날드 본사의 경우 인사ㆍ교육ㆍ부동산개발ㆍ구매ㆍ정보통신(IT)ㆍ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의 70%가 크루 출신이며 전세계 190만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역대 맥도날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8명 중 6명이 크루 출신이다.
성별ㆍ나이ㆍ학력ㆍ배경 등의 차별 없는 채용과 인재 교육은 맥도날드가 세계적인 식품서비스 회사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회사가 이력서 대신 능력을 보기 때문에 직원이 열정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매장 책임자인 점장이 되거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도 성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CEO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직원을 꿈꾸게 하고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맥도날드는 채용 후 발휘하는 종합적인 업무능력 등을 평가해 지속적인 교육과 인재개발 프로그램으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열린 채용'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로 많은 젊은이들이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내 청년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보다 3배가량 높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이스터 고등학교 설립 등 고교 졸업생들에게도 다양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동참해 최근 적극적으로 고졸 채용에 나서고 있으며 학력과 성별 같은 잣대로 판단하기보다는 지원자들이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인재 채용의 폭을 확대하는 추세다. 획일적인 줄 세우기보다 다양한 인재 등용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인들의 열정ㆍ근면성ㆍ민첩성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장점들이 학력이나 성별, 나이에 가려서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적인 손실일 것이다. 차별 없는 채용과 인재 양성은 구직자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전반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배양하는 아주 중요한 바탕이다. 그리고 그 길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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