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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보와 속보에 이어 구보(canter)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엉덩이를 안장에 붙인 채 빠르게 걷는 좌속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구보를 시도할 차례입니다. 구보는 지금까지 배운 다른 보법보다 속도가 빠르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말의 근육이나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법입니다. 구보는 '따그닥' 리듬의 보법으로 경쾌한 발걸음이 특징입니다.
여기서도 나왔지만 승마에서는 리듬이란 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음악으로 치면 구보는 '따그닥'의 3박자 리듬입니다. 속보는 '따각' 2박자, 평보는 4박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보는 세 번에 걸친 발걸음으로 이뤄지며 오른쪽으로 도는 우구보는 왼쪽 뒷다리-오른쪽 뒷다리와 왼쪽 앞다리-오른쪽 앞다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 걸음걸이에서 또 다른 한 걸음걸이로 옮겨질 때 네 다리가 모두 공중에 뜨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지 상태에 있게 됩니다. 이런 리듬감을 살려서 다양한 기술을 상황에 맞게 펼쳐야 합니다.
구보를 할 때는 말 머리가 순간순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기승자가 이에 맞춰 고삐의 텐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통 "부드러운 재갈을 유지하라"고 하는데 이는 고삐를 살살 잡았다가 말 머리의 움직임에 맞게 재갈의 압력을 조절하며 말의 진행상황에 맞춰주라는 말입니다.
구보도 속보처럼 좌구보와 우구보가 있습니다. 왼쪽으로 도는 좌구보는 오른쪽 뒷다리-왼쪽 뒷다리와 오른쪽 앞다리-왼쪽 앞다리-체공기 순으로 이뤄집니다. 반동에 맞춰 슬쩍 내려다봤을 때 왼쪽 앞다리가 보이면 올바른 좌구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도는 우구보는 오른쪽 앞다리가 보이겠지요.
그럼 구보는 어떻게 할까요. 저는 처음 구보를 배웠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섭고 한편으로는 말의 근육과 거친 호흡소리도 들을 수 있어 경이로웠습니다. 구보를 경험하면 신나고 신기해서 승마에 푹 빠지게 된답니다.
구보를 출발할 때는 속보보다 더 강한 강도로 아랫배를 눌러줍니다. 대부분 말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발 부조에 응해 뛸 겁니다. 간혹 좀 무딘 말도 있는데 그럴 때는 종아리로 더 강하게 눌러주고 그래도 안 되면 박차를 살짝 쓰면 됩니다.
구보에서는 다리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보통 다리로 신호를 주면서 몸이 흔들리거나 중심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도가 속보나 평보보다 크기 때문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출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려고 할 때는 돌려는 방향의 안쪽 다리는 눌러주고 바깥쪽 다리는 약간 뒤로 빼는 게 기본입니다. 왼쪽으로 돈다면 왼쪽 다리로 박차를 주거나 종아리로 꾹 눌러주고 오른쪽 다리는 기존 위치보다 뒤로 쭉 빼줘야겠지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왼쪽으로 돌 것을 명령하며 엉덩이를 그쪽으로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동작을 응용해 말을 휘게 하거나 스트레칭을 시킬 수도 있답니다. 그만큼 기승자의 다리 부조는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이외에 체중이나 고삐 연결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데 차차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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