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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관람객 540만명 넘어 시설규모 3배로 확대 추진
연말 남부지역에 분원 개원… 고려청자 등도 전시 계획
한국과 교류 활성화 됐으면…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에는 수천년 중국 역사가 담긴 70만여점의 유물, 그야말로 '중화문물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시물의 반환을 보장해준다면 언제라도 전시가 가능합니다. 국립박물관과 교류전을 갖는 것도 물론이죠. 정부나 국회의 보장으로 최근 미국과 독일·호주에서 전시를 가졌고 현재 캐나다와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올해로 개관 90주년을 맞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펑밍주(馮明珠·64·사진) 원장은 지난 6일 대만 현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적극적으로 고궁박물원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박물관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2012년 취임한 그는 이번이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펑 원장은 말 그대로 고궁박물원의 '통(通)'이다. 국립대만대 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고궁박물관에 취업한 그는 주요 보직을 거치며 3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해외 전시 때마다 상대국 정부의 반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국과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대만의 외교적 고민이 숨어 있다.
그야말로 '주요2개국(G2)'으로 전 세계에 압력을 행사하는 중국 때문에 나라 이름조차 '중화타이베이(CT·中華臺北)'로 강요당하고 유엔에서 밀려나 수교국도 23개국뿐인 입장이다. 해외 전시 중에 중국 정부나 민간의 소송이라도 제기되면 특별한 장치 없인 그야말로 낭패다. 당연히 상대 정부나 국회의 예외적인 보장을 받지 않고는 절대 소장품을 해외로 내보내지 않는 이유다.
◇추리고 추린 70만점 유물 '중화문물의 정수'=현재 고궁박물원이 소장한 유물은 70만여점, 그 숫자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질(質)이다. 미국·독일·캐나다 등이 번거로운 보증 약속을 하면서까지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전시를 반기는 이유다. 과거 국민당 정부가 일본군·공산당에 밀려 후퇴하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냈던 중국 내 최고 유물이 모인 베이징고궁박물원에서도 고르고 또 고른 컬렉션이기 때문.
1933년 일본군이 산해관으로 진격해오고 다급해진 중국 국민당 정부는 이듬해 베이징고궁박물원은 물론 이화원과 국자감 유물까지 총 2만여 상자를 상하이로 내려보냈다. 이 유물은 1936년 난징, 1937년에는 쓰촨으로 계속 남하한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공산당과의 내전. 결국 국민당은 유물을 다시 한 번 추려 1948년 대만으로 건너간다. 이때 포함된 것이 원래 고궁박물원과 중앙박물원에 있던 기물과 서화·도서문헌 등 총 60만8,985점이다. 수천년 중국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유물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그토록 다급한 와중에도 국민당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외 전시에 나섰다. 전쟁에는 패했지만 대만의 정통성을 선전하고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그만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 일본군에 쫓기던 1935년 영국 런던에서 '중국예술 국제 전시회'를 열고 1939년에도 대표유물 100점을 추려 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중국예술전시회'를 개최했다. 대만으로 물러앉은 1961년에는 대표유물 253점으로 1년간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 등의 5대 도시에서 '중국의 국보' 전시를 기획했고 그중 핵심유물 50점은 뉴욕 세계박람회에 보냈다. 이 같은 기조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소장품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원래 중국 베이징고궁박물원에서 추려온 소장품 60만여점에, 이후로도 꾸준히 기증받고 사들여 지난해 7월 말 기준 총 69만6,306점으로 집계된다. 비용은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에 2000년 조성된 예술발전기금이 사용된다. 박물원 내 매장 수익과 캐릭터·라이선스 상품 로열티의 각 20%가 예술발전기금으로 쌓인다.
펑 원장은 "기본적으로는 기존 소장품을 보완할 수 있는 작품을 사들이고 연말 개원할 남부 분원을 위해 일본과 한국 도자기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박물원 내 매장 수익과 기념품 로열티가 쌓이고 정부 예산과 독지가 기증까지 생각하면 소장품 구매비용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공간 현재 3배로 확대할 것"=당연히 관광객 사이에서도 고궁박물원의 인기는 단연 최고다. 최근 대만 관광국의 설문조사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 관람객 수도 꾸준한 증가세다. 2009년 257만명이던 연간 관람객 수가 2014년 3·4분기 이미 540만명을 넘겼다. 5년도 안 돼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관람객 증가에 맞춰 고궁박물원은 꾸준히 전시공간을 확장해왔다. 1965년 현재 위치에 개관한 이래 2007년까지 무려 다섯 번에 걸친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현재 2,000여평의 공간에 3,000여점의 소장품이 전시된다. 전체 70만점의 0.4%만 보여줄 수 있는 수준. 소화 가능한 관람객도 연간 300만~350만명 정도로 이미 2010년 포화단계에 진입했다.
대만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이미 2010년 확장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르면 전시공간이 현재의 3배인 6,000여평으로 늘어나고 연간 1,000만명의 관람객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미술관의 경우 전시공간을 확장한 후 관람객이 4배 넘게 불어난 99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시물의 가치로는 고궁박물원도 뒤지지 않습니다. 관람객 분산을 위해 평일 전시시간을 오후6시30분까지 연장하고 주말에는 오후9시까지 열지만 역부족이죠. 시설 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입니다."
올해 말 남부 지역에 고궁박물원의 분원을 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첫 전시가 '아시아를 향한 창(窓)'인 것에서 드러나듯 아시아 지역의 예술작품에 집중하는 곳이다. 박물원 내 중국 외의 유물이 다수 전시되고 추가로 한국과 일본의 도자기도 사들였다. 역시나 한국과 교류가 없다 보니 일본에서 한국 도자기 유물을 구했다고 한다.
펑 원장은 "박물원 내에는 칠기와 한문서적이 조금 있는 정도로 이번 분원 개원에 맞춰 한국 고려청자류를 일본에서 빌리거나 구해왔다"며 "한국 유물을 일본에서 구할 정도로 한국 박물관과의 교류가 적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만은 아열대 기후로 한국과 다른 경관을 느낄 수 있고 기후도 따뜻해 겨울 나기에도 그만"이라며 "2013년 TV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되며 한국에서의 관광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궁박물원 관람객 중 한국인 수도 2012년에는 9만명 남짓이었던 것이 지난해 15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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