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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공간이 낯선 공간으로

中작가 인치, 학고재갤러서 '실내' 시리즈 개인전


중국 현대미술의 키워드는 ‘냉소적 사실주의’ 혹은 ‘정치팝’으로 요약되지만 모든 작품이 한가지 방향성만 갖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치(46)는 북경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간 뒤 “삶이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선언과 함께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중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책임진다고 해 ‘신생대 작가’로 손꼽히는 인치의 개인전이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그의 대표작은 개 시리즈. 작가는 “처음엔 초상을 그리고 싶었는데 사람을 그리면 그 특정인물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개를 선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재하는 개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지만 감정이 담긴 눈망울과 고개를 갸웃한 표정은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 혹은 위용을 뽐내는 정치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실내’시리즈. 늘 접하는 부엌ㆍ침실ㆍ욕실의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그 공간 안에서 다른 공간을 재창조 한다. 인치의 ‘공간 재창조’는 평범한 주변 공간 뿐 아니라 자연과 역사적 유물에까지 확장됐는데, 대표작 ‘1954년 중산공원의 수사’에서는 구체적인 연도를 제목에 명시했지만 오히려 역사와 정치의 의미를 제거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작가는 “침실이건 바다건 매화건 보는 것은 주관적 관점”이라며 “정치적ㆍ역사적ㆍ고정적 선입관이나 성격을 제거하고 물질 자체만 남기려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후기작으로 갈수록 형태 뿐 아니라 색채의 객관성마저 제거돼 바다의 공간감이나 하늘의 푸르름, 매화의 선명한 빛은 모두 사라진다. 이번 전시에는 2000년 이후 제작된 유화 22점과 콜라주 형식의 작가 일기, 모눈종이에 그린 드로잉 40여점이 공개된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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