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1일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230억여원을 잃은 중소기업 대표 정모씨가 "카지노 측이 사실상 초과 베팅을 허용했다"며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자기책임의 원칙상 카지노 사업자가 카지노 운영과 관련해 공익상 포괄적인 영업규제를 받고 있더라도 관련 법령에 분명한 근거가 없는 한 카지노 사업자에게 카지노 이용자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하거나 카지노 이용자가 카지노 게임으로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베팅 금액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사행심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개별 이용자의 재산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베팅 한도액 제한규정을 어겼더라도) 카지노 측은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카지노 측이 출입제한 규정을 어겨 정씨를 출입시켰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해서는 "카지노 측이 정씨를 출입제한자로 등록하기도 전에 이를 요청한 아들의 철회 의사가 있었던 만큼 적법한 출입제한 요청조차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카지노 측이 정씨의 출입을 제한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용자가 도박중독 상태에 있었고 카지노 측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 본인이나 가족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제한 규정을 위반하는 등 이용자의 재산상실의 주된 책임이 카지노 측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손해배상 책임 기준을 제시했다.
정씨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333회에 걸쳐 도박을 해 231억여원을 잃었다.
정씨는 미리 예약된 사람만 고액의 도박을 할 수 있는 VVIP룸을 이용하며 자신이 고용한 사람과 동행해 베팅을 시키는 편법으로 1인 1회, 1,000만원의 베팅 한도를 넘겨 최고 6,000만원까지 베팅했다.
정씨는 카지노 측이 자신의 편법 베팅을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아 사실상 한도초과 베팅을 허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카지노 측이 한도초과 베팅을 묵인했고 가족의 요청으로 출입금지 조치된 정씨에 대해 적절한 절차 없이 출입금지를 해제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며 이 부분 때문에 잃게 된 142억여원 중 20%인 28억4,000만여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카지노 측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정씨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15%만 인정해 21억2,000만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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