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년의 지혜가 쌓여온 문화유산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보고(寶庫)입니다. 이에 따라 문화와 경제, IT같은 새로운 기술이 결합된 ‘헤리티지 인터스트리’(Heritage Industryㆍ문화유산 활용산업)를 활성화 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문화재청의 집중해야할 주요 과제입니다.” 이건무(62) 문화재청장이 문화상품 뿐 아니라 관광자원과 디자인 활용, 연극ㆍ오페라 등 문화행사와의 접목 구상을 얘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03~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그는 문화 유산에 스민 갖가지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꿰뚫고 있는 ‘이야기꾼’이었다. 이후 지난해 문화재청장을 맡으며 문화재 관련 양대 기관의 수장을 모두 거치게 된 그는 이제 문화재 보존과 활용, 재난 예방 등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파수꾼’이 됐다. 본지 창간 49주년 인터뷰에서 만난 이 청장은 문화유산과 경제의 접목과 관련 “그 동안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상품화의 시도는 많았지만 산업적 접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를 보강하기 위해 최근 문화재 활용국 산하 활용 정책과라는 전담기구를 신설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숭례문 소실 직후 임명돼 복구와 수습의 일차 임무를 수행한 이 청장은 올해 여러 건의 낭보를 전했다. 조선왕릉 40기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허준의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케 한 것은 그와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조선왕릉의 문화유산 등재 때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보존을 위해 완충지역(핵심유산을 둘러싼 인근지역ㆍBuffer Zone)의 개발에 대한 지침을 만드는 것, 또 하나는 지속 가능한 관광관리 계획을 개발해 실행하라는 것이었죠.” 등재는 기쁜 일이나 일부 훼손된 조선왕릉에 대한 안타까움은 감출 수가 없다. 이 청장은 “국제사격장과 선수촌이 있던 ‘태릉’, 옛 안기부 건물의 ‘의릉’, 목장이 들어선 ‘서삼릉’ 등의 복원을 시행할 것”이라며 “건설공사로 주변경관이 훼손되는 상황이라 조선왕릉 주변 완충지역의 ‘현상변경허용기준’을 마련해 역사경관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왕릉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 창덕궁-종묘-조선왕릉과 주변의 역사 유적지를 잇는 탐방코스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왕실의 삶과 죽음의 공간을 체험한다’라는 주제로 고궁과 제례, 왕릉을 연계한 5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최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에 대한 청사진도 보여줬다. “‘기록유산 제도’의 목적 중 하나가 기록유산 사업진흥 및 신기술의 응용을 통해 많은 대중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향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 누구나 동의보감을 접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해 클릭으로 책장을 넘기며 17세기 동아시아 의학의 집대성을 볼 수 있도록 보급할 것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협력해 ‘한의학의 세계화’도 이뤄낼 것이고요.” 그렇다면 다음 번 세계유산 등재 후보는 무엇일까. 이 청장은 한국의 역사마을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꼽았다. 이미 올 초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고 오는 9월 실사를 거쳐 2010년 7월께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한 문화재청의 역할에 대해 이 청장은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해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문화재보호법의 취지”라고 강조하며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종합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구간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국토관리청에 알려줘 문화재 분포지역인 ‘유구’는 피해가거나 녹지공간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그 내용과 정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물길 정비 중에 불가피하게 절토(땅깎기)가 되는 구간이 있을 경우 철저한 발굴조사로 기록을 남길 것이며 관련 유적지는 분포와 지표조사 정보를 문화재청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해 추후 사업시행의 제한 등으로 훼손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고학자를 거쳐 문화재청장이 된 그는 후진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많다. 영화 주인공인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도 취직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이 청장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운영하고 대학 내 관련학과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기관의 설립요건을 완화했다”면서 “신규 발굴조사기관 설립이 수월해져 이를 통해 문화재 전문인력의 현장 진출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재 보수 등 전분야에 대한 재정투자도 매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