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은 관객도 팬들도 '배우 정우성'의 다른 모습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이해해주시는 폭이 더 넓어진 것 같고 그렇기에 저도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우성 하면 떠오르는 근사한 매력남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새 영화 '마담 뺑덕'으로 돌아온 배우 정우성(사진)을 25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전 '심청전'을 현대의 언어로 비튼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어린 여자와 불륜에 빠졌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학자이자 작가 '심학규' 역을 맡았다. 본능에 충실하며 욕망과 향락에 탐닉하는 '학규'를 표현하기 위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에 가까운 노출연기까지 감행했다.
"영화 속 덕이와 학규의 정사씬은 둘 사이의 감정 충돌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그려질 위험한 감정 라인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면이에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치열하게 찍었죠. 노출에 대한 부담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정우성은 오히려 더 어렵다고 느낀 것은 '학규'를 이해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틀림없지만, 자신과는 너무 달라 동의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이야기 자체는 너무 재밌는데 밉고 비열하고, 찌질하기까지 한 캐릭터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학규'가 품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들을 지금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기 위해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여성을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가는 그런 욕구나 집요함은 결국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40대 남자들의 욕망이 잘못 발동되면 얼마나 위험한 건지를 체감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덧붙였다.
사실 배우 정우성은 지금까지도 간간이 변신을 감행(?)하곤 했다. 한심한 백수 역할을 맡았던 '똥개'나 악역을 시도했던 '감시자들'이 그 예다. "어떤 이미지로 규정 지어지는 게 싫다"며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전작과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찾는 경향이 있다는 배우의 다음 변신이 기다려진다. 내달 2일 개봉.
사진=권욱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