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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기성과 급급했다고 고백한 서울대 공대 백서

'201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는 통렬한 자기반성 고백서다. 백서는 "서울대 공대가 MIT 등 외국의 유명 대학교는 물론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보다도 뒤떨어졌다"며 "연구의 질보다는 양을 강조하는 평가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교수들이 실패 위험이 큰 창의적인 연구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백서는 "교수들이 단기간 성과를 강요받다 보니 홈런(탁월한 연구성과)보다는 번트를 대더라도 꾸준히 1루에 진출(단기 성과)하는 데 만족했다"며 "안전지대(cozy zone)에 머무르고 있는 교수와 학교 시스템의 개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백서는 제목만 보지 않는다면 마치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을 진단한 컨설팅 보고서로 착각할 정도다. 백서는 또 "우리의 주력산업은 이제 성숙해가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서울대 공대는 연구는 물론 새로운 산업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백서의 진단처럼 우리 산업을 대표하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더 이상의 기술발전이 한계상황에 다다르면서 후발주자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조선산업은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미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철강산업도 중국의 대량생산과 저가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혁신과 창의는 없이 현실에 만족해온 게 우리 기업·대학들의 연구 풍토 아닌가.

우리나라의 공공과 민간을 더한 연구개발(R&D)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몇년째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적 팽창만큼 질적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고위험·고가치 연구를 기피하고 지나치게 안전한 연구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은 물론 기업·연구기관들 모두 이젠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 역시 혁신형 R&D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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