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최근 미국 투자컨설팅 업체 '스펙트렘그룹'이 100만~500만달러의 투자가능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 1,465명을 대상으로 '올해 어느 지역에 투자할 계획인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19%가 유럽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중국(15%)과 캐나다(12%), 영국(9%) 등이 각광을 받았다. 브라질과 호주·일본·인도 등을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8%에 그쳤다. 지난 2011년 같은 조사에서는 중국·브라질이 최고 인기 투자처로 꼽혔고 유럽은 3위에 그쳤는데 4년 만에 백만장자들의 인식이 크게 바뀐 것이다.
현재 유럽은 2010년 남유럽발(發) 재정위기 당시부터 수년째 경기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0.2% 하락해 이른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며 유럽은 투자시장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에서 백만장자들이 유럽을 선호한 것은 그나마 다른 신흥국 등에 비하면 유럽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성장둔화를 겪고 있고 동남아시아와 남미는 아직 정치적으로 불안해 투자예측성이 떨어진다. 중동 지역의 경우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들의 경제성장 둔화 및 국가재정 압박,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등의 준동 등에 따른 투자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함에도 시스템적으로 위기대응 능력을 갖춘 유럽이 '상대적'으로 안전투자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관심을 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조지 월퍼 스펙트렘그룹 회장도 "중국이나 브라질 등을 보면 안정성 측면이나 정부가 하는 일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이에 반해) 유럽 시스템은 더 안정적이고 정부가 시장에도 덜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백만장자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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