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권력지형이 이재오 전 당 최고위원의 다음달 초 귀국을 앞두고 꿈틀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한나라당내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차기 대권후보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당 대표가 양분했던 당내 권력지형이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복귀를 앞두고 3각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최근 당내에 그의 정치 복귀가 여권 권력지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당장 친이재오계가 주축인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지난 8일 대규모 회동을 갖고 세를 과시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이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재선의원은 기자의 통화에서 “이재오계가 정권창출 1등 공신이면서도 지난 1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내부에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으로 힘의 공백이 메워지면 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권 권력구도의 격변을 예고한 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대해 친박근혜계 진영이 긴장하고 있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가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촉발시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친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한 모임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면 또 한번 전면전을 치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근혜계가 최근 계파 공식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선 것도 친이재오계의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달 초친박근혜계 의원 20여명이 국회 폭력방지법 대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독자적인 국회법 개정 추진에서 나서며 세를 과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친박근혜계 일각에서는 계파 통합 모임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리인 성격이 강한 이상득 전 부의장의 역할 또한 여권 권력지형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집권 초 이 전 최고위원을 미국으로 밀어내며 권력핵심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으로 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전 부의장이 양대 개국공신이기 때문에 MB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틀에서는 협력자로 함께 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권력을 양분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 여권 권력지형 격변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부의장측이 이 전 최고위원 견제를 위해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 전 대표 또한 이 전 부의장이란 완충지대를 최대한 이용해 차기 대선 이전까지 이 전 최고위원과 직접 맞닥뜨리는 불편함을 차단하고 싶어 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손을 잡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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