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법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사명의식이 필요합니다.” 여성부가 진행하는 ‘사이버멘토링’의 올해 대표 멘토로 활동하게 된 김영혜(49ㆍ사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후배들이 일이나 전문적인 내용에 관심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사나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어려움이나 조직 내에서 여성으로서 경력을 쌓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 후배들의 프로 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자녀들에게 시간을 더 쏟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매일 밥 챙겨주고 학교 데려다주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사랑을 채워주는 것은 아닐 거예요. 오히려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독립심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법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판결이 사회나 일반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판사들이 자기 일이 많아서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왜 촛불집회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서는지 관심을 갖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할 때 이론이나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론을 내릴 때도 있지만 재판을 하나의 판결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시각”이라며 “내가 내리는 판결의 파장이 큰 만큼 사회가 돌아가는 데 관심을 갖고 국제적인 이슈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전세계 4,000여명의 여성 법관들이 참여하는 세계여성법관회의(IAWJ) 부회장에 선출됐으며 오는 2010년 서울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를 비롯해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심영섭 한국영상응용연구소 대표 등 10명의 대표 멘토와 800쌍의 멘토-멘티들은 여성부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위민넷(www.women-net.net)’을 통해 멘토링 활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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