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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근혜式 포지티브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 사전적으로 상대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난해 상대 후보가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선거 운동이다. 지난 200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경쟁자인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의 군사정책과 관련한 말 바꾸기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재미를 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클린턴의 성추문을 들췄지만 공격 자체가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평을 받으며 낙선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손쉽게 표심을 흔들 수 있다. 전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이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하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공격을 받은 상대방도 반격에 나서기 마련이다. 결국 경쟁 후보들은 서로 상처를 입히고 공멸할 가능성도 크다. 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ㆍ박찬종 후보가 서로 상대방이 박정희 정권을 찬양했다는 폭로전을 벌인 것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유권자들은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가 아니라 ‘가장 덜 싫은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당내 경선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본선에 나설 후보에게 가해진 공격이 상대편 당에 의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없는 문제 제기는 당내 갈등을 부추길 뿐더러 ‘여론 역풍’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후보 검증’ 주장을 들고 나와 경선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후보 검증이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있지도 않은 문제를 제기하는 게 네거티브다. (문제점에 대한) 검증은 네거티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잘못 알고 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니라 흑색선전이다. 만약 박 전 대표가 네거티브 캠페인의 의미조차 모르고 일을 벌였다면 자신뿐 아니라 그의 참모들도 문제다. 더구나 구체적인 문제점 지적이 따르지 않는 막연한 ‘검증론’이라면 이는 네거티브 캠페인인가 흑색선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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