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0여명이 강제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법은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UNHCR)에서 탈북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는 국제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한 국회의원은 탈북자의 강제 송환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고, 대북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의 실상을 다시금 알리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사실상 강제력은 없다. 최근 정부가 국제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조항을 이용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남북한과 더불어 탈북자 문제의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이 따르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조항이 있다고 해도 탈북자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적용할 수 있다. 난민 결정은 오로지 탈북자가 머무는 중국의 몫이고, 중국은 이들을 난민이 아닌 '경제적 월경자'로 규정했다.
탈북자 문제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 양자 협의를 통해 조용하게 처리해왔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중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이런 협의 채널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중국은 혈맹이라는 북한 당국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안고 있다.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도 탈북자 문제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국제협약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중국보다 먼저 탈북자 문제가 불거진 러시아의 경우, 우리나라 및 유엔과 협의를 통해 탈북자에 대응할 지침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얼마 지나지 않아 탈북자들의 인권은 다시금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일정 시기마다 수면 위로 떠올라 정치적 문제로 전락할 수 있다. 정작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보호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된 북한인권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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