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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는 골프통해 세상을 보죠" 뇌성마비 아들 위해 대회마다 찾아가는 손경남씨자연…경쟁… 사람들과 어울리는것 배워선수따라 걸으며 몸·마음 건강해지길 기대 박민영 기자 mypark@sed.co.kr 손경남씨 부자가 20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린 일동레이크골프장을 찾았다. 아버지는 골프장을 걷는 거리만큼 아들 지훈군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JN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렸던 20일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골프장. 관람객들의 시선이 신지애-이일희-김하늘 선수의 팽팽한 우승다툼에 집중돼 있는 동안 티잉그라운드 뒤편 언덕 아래를 굽어보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불편한 걸음걸이로 힘겹게 올라온 아들을 남자는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손경남(49)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인근 지역에서 골프대회가 열릴 때면 대회장을 찾는다. 2년 전부터 시작한 골프에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출생 직후부터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서다. 외아들 지훈(24)군의 일상은 무료했다. 적어도 골프와 만나기 전까지는. 잠자리서 일어나 서울 강서구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나가 재활을 겸한 단순 동작을 하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많은 장애우처럼 운동량은 절대 부족했고 세상과 벽은 정비례해 높아만 갔다. "자꾸 근력이 약해지니까 산으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발을 끌다시피 하는 걸음 탓에 지훈이는 작은 나뭇가지나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져 다쳤지요." 아버지는 주위 권유로 다니게 된 골프 연습장엘 아들과 함께 갔다. 지훈군이 골프채를 만지작거리며 관심을 나타내자 골프대회 구경을 시켜줬다. 18홀을 다 따라돌자면 족히 10㎞는 걸어야 하지만 아들은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즐거워했다. 관람객과 섞여 박수를 치다 보니 사람과 함께하는 일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좋아하는 선수도 생겼다. 신지애와 안선주, 김하늘 등을 좋아한다는 지훈군은 이유를 묻자 "그냥"이라며 빨개진 얼굴로 밝게 웃었다. 아버지는 올해 중부권에서 치러지는 남녀 프로대회는 모두 찾기로 아들과 약속을 했다. "골프에는 자연도, 사람도, 선수도, 경쟁도 있습니다. 지훈이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창문이라고 믿습니다." 선수들을 따라 걷는 거리만큼 아들의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주방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손경남씨는 골프를 잠깐 배웠던 아내가 플레이어 이외에는 동반 입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거닐며 라운드를 해보는 게 작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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