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지대함 미사일 '둥펑 21D'가 톈안먼 광장 아래를 지나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몸을 돌렸다. 박수를 치며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사일의 성능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3일 중국의 항일·반파시스트 전승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은 시진핑 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에둘러 말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았다. "우리의 군사력과 정치력과 경제력이 이 정도"라고 말한 열병식은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전략을 견제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힘의 외교력 과시한 중국=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하며 '중화 민족의 부흥'을 첫 일성으로 외쳤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은밀하게 힘을 기르다)나 후진타오의 화평굴기(평화롭게 일어서다)와는 다른 중국을 예고했고 이날 열병식은 '중화부흥·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일어선다)'라는 시 주석의 대외전략을 공식화했다. 중국신문망은 열병식을 다궈지펑(大國之風·대국의 바람)이라고 불렀다. 군사굴기(군사력으로 우뚝 선다)나 대국굴기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한발 더 나간 표현이다. 이미 큰 나라로 우뚝 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중국은 열병식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반격 능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반격 능력은 신무기뿐만 아니라 외교력이 돋보였다. 열병식 51개 초청국 중 일본과 필리핀만 빠진 49개국의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했고 일본의 몽니에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미국과 함께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주요2개국(G2)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중국 서부가스 노선 가스관 사업을,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한 보다 강력한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또 미국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아프리카 국가들도 중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 편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영유권 갈등 관계에 놓은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힘의 논리로 풀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까지 참석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리우밍 상하이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이 경제력과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미국·일본과 대치한다면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힘과 영향력의 균형이 중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미국도 좀 더 강력해진 중국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력 확대 경제엔 부담=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향후 중국이 군사력을 한층 확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시 주석이 열병식에서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중국군의 현대화에 따른 자연적인 감축일뿐 군사력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사상 최대의 호화로운 퍼레이드로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했다"며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대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열병식 이후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열병식에 생략된 것이 신무기들의 가격표"라며 "군사력 확대를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경우 경제회복·사회안전망 등의 예산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샘 펠로 프리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은 "중국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군사냐 민생이냐(guns or butter)' 딜레마에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군사전문 기관인 IHS제인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오는 2020년께 연 2,600억달러 규모로 늘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2010년 지출한 국방비의 두 배 수준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 예산에 신무기 개발 비용 등이 포함될 경우 실제 중국이 지출하는 국방비는 발표된 것보다 50%가량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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