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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와 ‘트랜센던스’로 본 인공지능, 축복일까 재앙일까
과학은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인간 삶에 깊숙이 파고든 과학기술, 특히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한다. 기술과 인간을 그렸지만 하나는 애틋하고 따뜻하며, 다른 하나는 슬프면서 섬뜩하다.
영화에 얼굴 한번 등장하지 않는 스칼렛 요한슨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그녀(Her).’ 이 작품은 사람과 인공지능 운영체계(OS)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편지 대필 회사의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우연히 구입한 OS ‘사만다(목소리 스칼렛 요한슨)’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엔 그저 이메일을 확인하고 컴퓨터 하드를 정리하고, 일정을 알려주는 도구였다. 테오도르에게 “사람 같지만 그냥 컴퓨터 목소리”던 이 기계는 어느덧 말이 통하는 한 명의 성숙한 여인이자 사랑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사만다도 테오도르에 사랑을 느끼고 사람이 아닌 자신의 현실에 괴로워 한다. 사람이 되고 싶은 OS, 얼굴 없는 기계와 사랑에 빠진 인간. 이들의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 사만다는 오직 테오도르만의 그녀가 될 수 있을까. 과학적 상상에 감성을 입힌 미장센, 목소리 만으로 멜로라인을 끌어가는 스칼렛 요한슨의 힘이 돋보이는 ‘그녀(Her)’는 이달 22일 관객과 만난다.
그녀가 애틋하고 따뜻했다면 14일 개봉한 트랜센던스의 그(He), 윌 캐스터(조니 뎁)는 섬뜩하다. 트랜센던스는 뇌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에 업로드시킨 뒤 초월적인 힘을 얻은 천재과학자 윌의 이야기를 다룬 SF블록버스터다. 죽어가는 남편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아내 에블린에 의해 초월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 윌은 수억년간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을 단숨에 빨아들이며 장님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는 ‘예수의 기적’을 재현한다. 무섭게 진화하다 못해 스스로가 신이 되려 하는 윌. 그런 모습에 섬뜩함을 느끼는 에블린은 서서히 혼란에 빠진다. 에블린은 본인이 창조한 슈퍼 컴퓨터 남편을 끝까지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윌은 영화 제목처럼 모든 것을 초월(transcendence)하는 신이 될 수 있을까.
두 작품이 담은 감성은 상반되지만 표현하고자 한 현실은 종이 한 장의 차이다. 과학, 인공지능은 이미 수많은 그와 그녀의 형태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기계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사람은 휴대폰과 대화를 나눈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호킹 박사는 최근 인공지능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첨단 인공지능 기계들을 SF의 소재로만 무시하는 것은 사상 최악의 실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모를 갈림길에 서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삶에 녹아든 그와 그녀는 우리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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