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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담화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굳어 있었다. 24일 오후 갑자기 잡힌 대국민 사과 발표에서 이 대통령은 2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친인척과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2008년 5ㆍ6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 2009년 세종시 수정안, 2011년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그리고 올해 2월 측근비리 사과까지 임기 중 6번의 사과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의 친형이 임기 중 구속되고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던 부속실장의 구속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사과는 시기를 놓치지 않았냐는 야권의 비판도 쏟아진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렸다"고 말했지만 여론은 이미 악화될 때까지 악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을 고개 숙이게 한 결정적 계기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이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구속수감 때까지도 침묵을 지켰으나 이번주 중 검찰의 기소가 예정되면서 결국 '사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임석 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모두 6억원에 가까운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이 전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수감했다. 최근에는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15년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수뢰혐의도 이 대통령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앞서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로 꼽혔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구속기소 등도 이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이자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등 친인척 비리도 이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친인척ㆍ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본인이 자필로 작성해 4분간에 걸쳐 읽은 담화문에도 절반은 향후 국정운영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 말미에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더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하며 국정운영의 의지를 다졌다. '사이후이'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하기 전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내놓은 후출사표의 한 구절로 '죽은 뒤에야 일을 그만둔다는 뜻으로 살아 있는 한 그만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예고됐던 사과이기는 하지만 사과 담화문에는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쪽에 오히려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핵심참모는 "안 좋은 일이 많지만 경제위기만큼은 대통령이 나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모든 것을 털어내고 심기일전하려는 모습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결정한 것이 경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의혹 특검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입장을 살폈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2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위기돌파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얼룩진 임기 말 정권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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