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가지인 메사추세츠주 마사스비니어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S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21세기에 IS와 같은 집단이 발붙일 곳이 없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한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또 "암이 퍼지지 않게 도려내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IS와 같은 악마(evil)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IS는 반드시 파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발언과 함께 미군의 대대적인 보복공습도 이뤄졌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북부 전략요충인 모술댐 부근의 IS 기지 등에 14차례의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은 또 자국민 보호를 위해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을 이라크에 증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S의 대서방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은 이라크 사태가 지역분쟁이 아닌 서방 시민들이 희생당할 수 있는 사태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국은 동영상 속 IS 대원이 자국 출신으로 추정되자 충격에 빠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시리아에서 억류됐다 풀려난 정보원을 인용해 참수를 단행한 IS 대원이 '존'이라는 이름을 쓰는 영국인이며 그 외에도 400~500명의 영국인 IS 요원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가 중이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급히 업무에 복귀해 IS의 위협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극단주의에 동참하는 영국인들을 막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며 "동시에 쿠르드자치정부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해외 군사개입을 꺼려온 독일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에 대한 무기지원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라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서슬 퍼런 맹공을 퍼부은 것과 달리 아직 지상군 투입에는 소극적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공습을 통한 쿠르드 대리전 지원의 전략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민에 대한 잔혹한 테러에 마냥 미온적으로 대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리아 등에서 지난 몇년간 실종된 외국인들에 대한 IS의 추가 테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실종된 언론인은 20여명이며 이 중 상당수는 IS에 붙잡혀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IS는 이미 미국 기자의 추가 살해를 예고한 상태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IS에 대한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공습을 급격히 늘리는 한편 시리아 내 IS 세력에도 타격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S가 기자를 살해하기 전에 요구한 몸값 지급을 미국 정부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대테러 전략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IS는 미국인 기자를 살해하기 전 1,00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 미 정부는 대신 기자를 포함한 미국인 인질에 대한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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