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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동차 브랜드들이 그 동안 무관심했던 디젤 분야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하며 독일차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자 디젤 모델 없이는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일본 브랜드의 디젤차 출시 현황 및 향후 계획, 이에 따른 국산·독일차와의 경쟁 전망 등을 알아봤다.
우선 한국닛산은 하반기에 닛산의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중 하나인 '캐시카이'를 국내에 출시한다. 이 차는 한국닛산이 국내에 선 보이는 첫 디젤차로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 2007년 출시돼 현재까지 200만대 이상이 팔렸다. 캐시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역동성과 해치백의 효율성을 두루 겸비한 크로스오버유틸리차량(CUV)으로 국내 자동차 애호가들의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모터쇼에 참석한 다케히코 기쿠치 한국닛산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디젤차를 본격 출시해 독일 브랜드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며 "캐시카이를 투입하면 올해 판매 목표(4,500대)의 초과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브랜드 중 디젤 모델을 가장 공격으로 출시하고 있는 회사는 인피니티다. 국내에 출시된 인피니티의 디젤차는 벌써 3종이나 된다.
인피니티는 2012년 일본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에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동시에 보유한 'QX70'과 'Q70'을 연이어 출시했다.
특히 올해 초 국내에 들여온 'Q50'의 디젤 모델인 'Q50 2.2d'는 인피니티의 디젤 시장 공략에 있어 화룡점정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2,143㏄ 디젤 엔진을 탑재해 기존 일본차의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이 차는 올해 지난 2월 출시 후 7월까지 1,315대나 팔리며 뜨거운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인피니티의 총 판매량(1,619대)의 81%가 넘는 비중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시판 중인 디젤 모델이 없는 혼다코리아도 이르면 내년 신차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공격적인 디젤차 출시에 나서는 것은 최근 수 년 새 한국 시장을 장악해 버린 독일 브랜드와 맞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일본 업체들은 디젤 모델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면서 지난 2008년 35.5%에 달했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14.1%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차는 42.1%에서 67.5%로 급증했다. 국내를 누비는 수입차 가운데 디젤 모델의 비중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연이은 디젤 출시로 올 하반기부터는 한국·독일·일본 간의 본격적인 '디젤차 삼국지'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BMW코리아의 '520d'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E 220 CDI' 등이 디젤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도 2005년 '프라이드' 디젤 모델 출시 이후 'i30', 'i40', '엑센트', '아반떼', 'K3', '그랜저' 등 벌써 7개의 디젤 승용 라인업을 구축했다. 또 내년 여름에는 신형 '쏘나타'의 디젤 버전도 출시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 회사들이 시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하면 사실상 내년이 한국과 독일, 일본이 '디젤차 3파전' 경쟁을 펼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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