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의 초안은 김용하 전 한국연금학회 회장 등이 새누리당의 용역을 받아 마련한 안의 뼈대를 유지한 채 약간 보완한 것이다. 현재 7%인 재직자 연금보험료율을 10%로 높이는 시점을 2026년에서 2018년으로 앞당기고 수급자 평균보다 2배 이상을 받는 고액연금자에 대해서는 10년간 연금인상을 동결하는 게 골자다. 보험료를 내는 소득의 상한을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월 447만원)의 1.8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도 추가했다. 초안대로 시행하면 혈세로 메워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이 2080년까지 1,278조원에서 936조원으로 27%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조금 내고 너무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정상화하는 데 부족하다. 우선 보험료를 내는 소득상한액을 공무원 평균소득의 1.8배인 월 804만원에서 1.5배인 670만원으로 낮추더라도 국민연금(408만원)에 비해 64%나 높다. 월 400만원, 500만원이 넘는 고액연금 수급자가 생기는 것은 가입기간 1년당 연금지급률이 월 기준소득의 1.9%로 높은데다 국민연금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고 보험료를 내는 소득상한이 높기 때문이다. 1년당 연금지급률과 소득상한을 낮춰야 고액연금 수령자와 적자보전액을 온전히 줄일 수 있다. 소득재분배 장치를 도입하지 않겠다면 보다 강력한 고액연금 차단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2025년 이후 퇴직자에 한해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1~65세로 늦추는 학회안이 그대로 유지된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50대 공무원은 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올해 만 50세가 되는 1964년생이 2024년에 퇴직하면 지금처럼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3년 빠르다. 새누리당이 안행부의 초안에 퇴짜를 놓은 것은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재정절감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청와대와 여당은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안행부와 공무원 사회에 보다 진정성 있는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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