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원판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그 움직임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동차의 바퀴와 잠시 겹쳐 보이기도 한다. 버튼을 조작하면 관객이 그 회전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우리네 삶의 속도도 이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흰 바탕에 오방색이 들어간 5개의 이 원형 조형물 위로는 대형 미디어월(영상전용 벽면)을 통해 영상작품이 보인다. 굵기와 길이가 다른 막대가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이 장면 역시 도심 한복판 사거리를 오가는 자동차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실제 교통 흐름보다는 훨씬 정제되고 느릿하지만.
영국 출신 세계적인 미디어아트그룹 UVA의 신작 '움직임의 원리2'가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11일부터 전시된다. 미술·음악·건축·컴퓨터디자인·IT기술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15명의 멤버로 구성된 UVA를 대표해 방한한 작가 매튜 클라크는 "이곳 전시장이 유리창문을 통해 거리에 공개됐다는 점을 감안한 작품"이라며 "차를 운전하는 것이 운전자의 무의식 속에서 합해지는 경험을 재해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을 여행하며 알게된 오방색도 작품에 반영했다.
전시장인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굳이 분류하자면 자동차브랜드 체험전시장 정도로 얘기할 수 있지만, 그냥 체험관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예술적이다. 서을호 (주)서아키텍스 대표가 건물 디자인을 맡아 철판 등 자동차의 제작과정을 느낄수 있는 소재로 마감했다. 연면적 3,100㎡(약 940평) 규모 건물의 1층은 예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공간으로 UVA같은 유망 작가의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마련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