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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함과 화려함의 정수… 명품 한국미술 한자리에

■ 삼성미술관 리움 '세밀가귀'전

금속공예·나전·회화 등 국보급 작품 140점 전시

칠보산도병 등 국내 첫선

백제 금동 대향로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

나전 모란당초문 경전함

"진상하는 함을 나전으로 꾸미지 말라."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때 기록에는 이같은 왕의 교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유교를 나라의 근본이념으로 삼아 사치와 화려함을 경계했던 조선에서 화려하고 정교한 고려 나전은 왕실·지배층의 대표적인 사치품으로 낙인 찍혀 급격히 쇠퇴하게 된다. 그 섬세한 손놀림은 도자기와 회화로도 이어지지만, 한국 미술은 언젠가부터 소박함과 여백의 미(美)로 더 자주 평가되어 왔다. 이처럼 묻혀온 한국 미술의 화려함과 섬세함에 대한 아쉬움이 전시로 이어졌다.

올해로 개관 11주년을 맞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세밀가귀(細密可貴) : 한국미술의 품격'전을 열고 있다. 2011년 조선시대 화원화를 본격 소개한 '조선화원대전'과 2013년 공예품의 예술성을 살펴본 '금은보화'전에 이어, 고대에서 조선까지 한국미술 전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다.

제목 '세밀가귀'는 "(고려 나전의) 솜씨가 세밀하여 귀하다고 할 만하다"라는 뜻으로, 12세기 송나라 사신으로 왔던 서긍이 본국에 돌아가 출장보고서 격으로 남긴 '선화봉사고려도경'(1123년)에 고려 나전을 칭찬한 말이다. 책 속에는 자수와 도자기 등에 대한 칭찬 역시 자주 나온다.

이번 전시에는 리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개인소장가의 손꼽히는 소장품 140여 점이 모였다. 한국미술의 화려함과 정교함을 보여줄 금속공예, 나전, 회화, 불교미술 등 전 분야의 국보 21점, 보물 26점을 포함한다. 소장처도 다양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공주박물관·간송미술관 등 국내 19곳에 더해,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해외 21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국보급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국립부여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도 한 달간 서울로 나왔다.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 '칠보산도병'(클리블랜드미술관), 등은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문(文·문양), 형(形·형태), 묘(描·묘사) 등 3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먼저 '문' 섹션에서는 깎고 새기고 파고 채우는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된 금은 장신구와 도자기·가구·(인쇄)목판·벽돌이 선보인다.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송나라 서긍이 극찬했던 고려 나전. 전 세계 17점 정도 남은 것으로 확인되는 작품 가운데 '나전 모란당초문 경전함'(기타무라미술관) 등 8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형' 섹션에는 장인의 손끝으로 빚어낸, 최고의 주조법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형태미를 보여준다. 거푸집의 정교함으로 뛰어난 조형성과 최고 경지의 주조 기술을 보여주는 '백제 금동 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가 역시 대표적이다. 일본 사가현 중요문화재인 '금동보살좌상'은 눈을 감은 보살의 평화로운 표정과 섬세하고 고운 손발의 표현, 다양한 장신구 등이 당대의 예술 수준을 잘 보여준다.

'묘' 섹션에는 고려불화의 극도로 섬세한 선과 도자기의 표면에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 묘사 등 붓으로 표현된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보물 1477-1호인 '채제공 초상'(수원화성박물관 소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왕이 하사한) 부채를 든 손이 표현되어 있고,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는 진경산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은 9월 13일까지. (02)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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