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양측은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한 기관이 독점하는 현행 통합형 금융감독체계에서는 소비자 보호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반성의 결과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편방향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박 후보 측은 현행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분을 합쳐 '금융부'를 만든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 금융위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이기도 하다. 실제 박 후보 측의 '금융부'안은 금융위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금융위 산하의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 기구와 소비자 보호 기구로 이원화되는 이른바 '쌍봉형(twin peaks)'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게 박 후보 측의 중론이다. 금감원이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다. 박 후보의 측근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열린 '한국금융연구센터 하반기 정책 심포지엄'에서 "금융감독기구는 쌍봉형으로 가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에 대한 교차확인이 가능하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금융감독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모델에 가깝다.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로 나눠지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현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현 기획재정부로 넘어가고 금융감독정책은 협의체인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맡게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출범한 금융위가 5년 만에 공중분해되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금융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을 지키는 감독정책은 서로 상충된다"며 "금융위가 두 정책을 독점하는 것은 마치 입법권과 사법권을 동시에 행사하는 격인 만큼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기구인 금감원 개편은 소비자 보호 기구의 형태에 따라 크게 4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현행처럼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감원 조직을 유지한 채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감시할 옴부즈맨 기구를 두는 방안 ▦금감위 내 소위원회인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은 금융소비자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금감원을 분리해 건전성 감독 기관과 소비자 보호 기관을 별도로 두는 쌍봉형 방안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부서를 두고 책임자를 부원장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 등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