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잇따른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FRB의 자산이 3조달러 불어나자 경기부양과 금리 인하의 효과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금융시장 왜곡 및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FRB는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금리와 더불어 QE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1월 회의록에서 일부 FOMC 위원들이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또 QE에 따른 잠재적 비용과 리스크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사실은 QE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FRB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FOMC 회의록이 QE정책 변화에 대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빌 그로스 핌코 공동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FOMC 직후 트위터를 통해 "많은 FOMC 위원들이 추가 자산매입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제가 개선된다면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이 올해 말쯤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상황이 나아진다면 올해 말쯤 FRB가 출구전략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FRB가 일시에 QE를 중단하기보다는 채권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짐 오설리번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미국경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RB의) 논의 초점이 어느 시점에서 QE를 일시에 중단할 것인지에서 규모를 언제 줄일 것인지로 옮겨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점진적인 채권매입 축소는 QE의 효과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비둘기파'와 '매파' 사이의 자연스러운 접점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 경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FRB가 QE를 연말 이전에 종료하거나 규모가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1월 FOMC에서도 결론은 '실업률이 뚜렷이 개선될 때까지' 현재의 통화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수의 위원들은 오히려 조기에 QE를 중단하는 것이 미국 경제에 더 큰 리스크라고 밝혔다.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 즉 '시퀘스터(Sequester)' 등으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 전망은 썩 밝지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의 올해 평균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에 그치고 연말 실업률 전망치 평균은 현재와 비슷한 7.7%에 머무르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위원장 역시 지난주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해 "실업률이 8%에 육박하고 있으며 여전히 역동적이고 완전히 건강한 상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어드바이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이 매우 비둘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FRB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FOOMC에서 보여진 일부 우려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QE의 향방은 다음달 19~20일 열리는 FOMC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다음 FOMC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커뮤니케이션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와 같은 속도로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을 지속할 경우 FRB의 자산은 올해 말 4조1,000억달러까지 불어나게 된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에는 9,000억달러 수준이었던 데 비해 4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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