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위원장이 협력과 공존의 원칙을 앞세워 동반성장을 일궈내겠다고 하니 일단 큰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동반위가 아무리 법적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민간자율기구라는 출범 취지가 있는 만큼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합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내부에서 논의조차 안 된 사안을 불쑥 터뜨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파행사태까지 빚었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유 위원장의 지적처럼 이익공유제니 성과공유제니 하는 것도 용어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협력업체에 나눠줘야 한다는 발상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유 위원장은 성과공유제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용어 자체에 얽매여 큰 그림을 놓치기보다 실현 가능한 것부터 구체적인 성공모델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급선무다.
동반성장지수 발표나 골목상권 보호 문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협력업체들이 평가한 몇 가지 수치만으로 대기업을 줄세우기 한다면 공신력도 문제거니와 해외시장에서 입을 이미지 추락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애플이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시장원리에 따라 철저하게 조인다거나 국내에서 대기업 빵집이 철수했더니 중소 프랜차이즈업체만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며 대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그 혜택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정운찬 전 위원장이 정부와 대기업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중도 퇴진함으로써 어려운 입지에 놓이게 됐다. 새로운 유 위원장 체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으로부터 대화와 협력의 생산적인 허브로서 인정을 받아야 동반성장위는 1년 후에도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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