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기로 했고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다. 이른바 '박근혜 외교의 역설'이다.
한중이 안보협력을 굳건히 하는 등 '구심력'을 강화할수록 북한의 반발과 무력도발을 오히려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한중 협력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고 북한 비핵화를 앞당기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일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도발' 등을 발언한 것에 대해 "극히 무엄하다"고 반발한 것은 북한의 이 같은 심리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가 미국·중국·일본 등과 전방위 외교협상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도 '딜레마'가 있다. 한중일 3국 회담에서는 북한 핵과 한반도 안정화 방안은 물론 군위안부, 영토분쟁 등 3국 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감한 외교 이슈들도 다루게 된다. 북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공조체제를 구축할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 이슈를 소홀히 다룰 개연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안보·경제 분야와 역사 분야를 분리하는 등 '투트랙' 전략으로 일본과의 외교전략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안보·경제 분야에 치중할 경우 상대적으로 역사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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