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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줄어든 매미 소음 왜?

마른장마 등 기후변화에 도심 환경 바뀌어 개체수 감소

수면·업무 방해 불편신고 뚝

포식자 말벌도 줄어 환영 속 일각선 생태 부정적 영향 우려


장마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한여름을 노래하는 연주자들이 사라졌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매미 소리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세계에 서식하는 매미는 2,000종에 달하며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12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월 세모배매미와 풀매미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한여름이 되면 참매미·쓰름매미·말매미·애매미 등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한다. 늦털매미는 가을께 등장해 11월까지 울어댄다.

그런데 올해에는 매미 소리가 예년에 비해 확연하게 줄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김병수씨는 "매년 이맘때면 업무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매미 소리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미 소리가 줄어든 것은 참매미 등 국내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시민 참여를 통해 10년 전부터 매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다만 실증적인 자료가 없어 매미 개체가 얼마나 줄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미가 감소 추세인 이유는 마른장마 등 기후변화 때문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내는 기간이 4~7년가량 된다.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1m 이상의 깊은 땅을 뚫고 나와야 하는데 지면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돼야 땅이 물러지고 굴착이 쉽다. 하지만 올해 강우량이 예년의 50%에도 못 미치는 등 가뭄이 심해지면서 번데기가 성충으로 우화하는 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김효중 군산대 생물학과 교수는 "매미 유충은 충분한 비가 내려야 지면으로 올라와 성충이 될 수 있는데 가뭄의 영향으로 우화 시기가 늦어지고 정상적으로 우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림축소 등 먹이 자원의 감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심 재개발 등으로 녹지가 훼손되면서 매미 유충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 교수는 "도심 환경이 변화하면서 매미 유충이 줄었을 수 있다"며 "매미 유충은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먹는데 나무 등 먹이 자원이 줄면서 매미 유충의 증식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미가 줄면서 도심에서는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맴맴' 울어대는 통에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업무집중이 안 됐던 사람들은 환영하고 있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가청음 대역의 주파수는 4~6㎑인데 참매미(4㎑)와 말매미(6㎑)가 이 주파수 대역에서 운다. 참매미는 특히 오전4~9시, 말매미는 오전8시부터 오후2시 사이에 주로 울어 수면과 업무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상당히 제기됐는데 근래에는 불편신고 접수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매미 감소는 도심의 불청객인 말벌 개체 수에도 영향을 준다. 장 교수는 "말벌은 피식자인 매미가 늘고 기온이 높으면 개체 수가 많아진다"며 "매미가 줄면서 말벌도 감소해 말벌집 제거를 위해 119구급대원이 출동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미가 줄면 생태 환경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경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매미가 줄면서 어떤 생태 영향이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다만 매미가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만큼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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