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는 과거도 미래도 소중히 하는 기본원칙을 확인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대체하는 새 협정이나 추가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일본 시민단체 대표를 비롯한 일본 지식인들이 한일협정을 다시 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인 전후보상네트워크의 아리미쓰 겐(有光健·사진) 대표는 20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하는 '한일협정 50년사의 재조명' 국제학술회의에서 '일본의 전후보상 현황과 국가 관행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전후 처리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아리미쓰 대표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완전한 최종적 완료론'을 극복해야 한다"며 "위안부·징용자·피폭자에 대한 사죄·보상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리미쓰 대표는 또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면서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의 실패를 인정하고 양국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소중히 하는 기본원칙을 포함하는 공동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새로운 공동선언에 따른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기금이 필요하다"며 "독일 기금의 예를 배우고 일본 국내의 역사적인 휴면재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타 오사무(太田修) 도시샤대 교수도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와 전쟁책임의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일협정으로 전후 처리가 모두 끝났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비정의(非正義)이며 일본은 새로운 역사의 무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박진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일 청구권 개인 피해보상 미해결의 기원과 해법을 위한 함의'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일협정에서 일본의 입장은 법적 책임은 물론 도의적 책임이 담긴 것도 아니었다. 실제 체결된 협정도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이라는 공식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개인청구권 해결의 법적기반이라고 주장하는 한일협정에서 제공한 자금과 개인청구권과의 법적관계를 절단시켰다"고 강조했다.
내년은 한일 두 나라가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일협정 50주년에 대비해 2011년부터 오는 2015년을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두 나라 양심세력과 전문가들을 모아 다양한 각도에서 한일협정체제를 조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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