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대로 가다간… 무서운 경고
[R의 공포를 넘어라] 재정적자 시한폭탄도 째깍째깍긴 불황에 세수 안느는데 고령자에 선심 정책 남발… GDP대비 국가부채 230%고령화 따른 재정부담 증가… 한국도 대책 수립 서둘러야
도쿄=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장기 디플레이션과 함께 일본경제를 옥죄고 있는 또 하나의 덫은 해마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재정적자다. 일본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30%선으로 선진국 가운데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올 회계연도 말에는 처음으로 1,000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수습되면 다음 차례는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정적자는 일본경제가 떠안은 가장 파괴적인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의 재정난이 이토록 심각해진 주요인은 저출산 고령화와 장기불황으로 세수는 늘지 않는 반면 정부 지원으로 먹고 사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점.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자에 대해 정부가 선심성 복지정책을 남발한 것이 가뜩이나 많은 정부 빚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려놓았다.
여기에 비효율적인 재정정책으로 새어나가는 정부 예산도 적지 않다. 일례로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후쿠시마현 일대에 재정이 대거 투입되고 사고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의 피해보상이 이뤄지면서 이 지역에서 고급승용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빠찡꼬 매장과 술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지적이 올 들어 제기됐다. 일부 가구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간신히 회생한 도쿄전력에서 피해보상금으로 받는 돈만 월 80만엔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성장할 수 있는 부흥사업에 들어가야 할 재정이 머지않아 터져버릴 '거품'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얘기다.
일본국채가 대부분 국내에서 소화된다는 특수성 때문에 심각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당장 유럽 같은 재정파탄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천문학적 재정적자는 이미 일본경제에 견디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 40%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내리지 못해 기업들의 외국행이 줄을 잇는 것도 재정적자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본경제의 재정 리스크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해 고령화가 진전되는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체계적인 복지 및 재정정책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네모토 가쓰노리 게이단렌 산업정책본부장은 "지금 상태로는 연간 1조엔씩 사회보장비가 늘어나겠지만 고령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15~20년 뒤까지 올바른 대책이 수립ㆍ실행된다면 고령화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본의 행보가 아시아 국가들에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