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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호가 떨어지고 매수세 뚝… 수도권발 침체 전국 확산 조짐

[급랭하는 주택시장] ■ 약발 안먹히는 5·10 부동산 대책<br>서울 아파트 가격 23주 연속 내리막… 강남·재건축도 약세<br>지방도 기세 한풀 꺾여 본격 하락 국면 전망<br>거시경제 안정돼야 부동산시장 살아날 듯

3년 가까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부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자칫 수도권발 주택경기 침체가 지방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 일대 아파트 전경. 서울경제DB


"절처럼 조용합니다. 대책 발표 전에는 드물게라도 거래가 됐는데 지금은 뚝 끊겼습니다."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상가에는 10여곳의 부동산중개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지만 2주째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10일 정부가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직후에는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어도 전화 한 통 받기가 어렵다.

가격도 하락세다. 대책 발표 전 주공1단지 42㎡형은 호가가 7억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6억5,00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정준수 미래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후 관망세가 더 늘어난 것 같다"면서 "2,000만원가량 더 떨어지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자도 있지만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집을 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5ㆍ1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시장은 더욱 침체되는 모습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택시장이 조금씩 좋아지는 기미가 보인다"고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오히려 매수세 부진과 호가 하락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근에는 지방 시장을 견인하던 부산 집값마저 하락세로 반전되는 등 자칫 침체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출구가 없다" 대책도 무용지물=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떨어져 2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번 대책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였던 강남권과 재건축아파트도 약세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 하락해 전주(-0.03%)보다 낙폭을 키웠으며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도 평균 0.11% 떨어졌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책 전에는 기대감이라도 있었는데 취득세 감면 등의 내용이 빠지면서 여전히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말 가격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강남3구의 재건축아파트 값은 현재 3.3㎡당 평균 3,135만원으로 2008년 말 평균인 2,911만원에 가까워졌다. 강남구의 경우 현재 3,400만원으로 2008년 말의 3,427만원에 근접했다. 일부 단지는 오히려 당시 저점 가격보다 더 아래로 내려간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뜨거웠던 지방 부동산시장도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방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부산 지역 집값은 지난달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만 해도 1순위 마감이 당연시되던 부산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도 올 들어서는 2~3순위 청약에서 겨우 마감되는 등 다소 열기가 가라앉는 추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된 탓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부산 집값은 버블세븐 지역처럼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시경제 상황 개선 안 되면 속수무책=전문가들은 정부의 5ㆍ10 대책이 애초부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한다. '집을 사면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초기 매입비용을 줄여줘 사람들이 집값이 조금 떨어져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며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빠진 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재정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그나마 기대했던 효과마저 반감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내용"이라면서도 "유럽발 위기가 더 커지면서 사람들이 집을 사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인구구조 변화 등의 우려로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큰 상황에서 외부 악재까지 겹쳐 심리가 더 악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웬만한 정책으로는 시장 상황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거시경제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어떤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와도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시경제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결국 소득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야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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