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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엔 경영권·차남엔 투자자금

아시아 최고 갑부 리카싱 후계구도 발표

리카싱

리처드 리

빅터 리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홍콩 청쿵실업 회장이 재산상속 분쟁을 막기 위해 자녀들에 대한 사업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리 회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개최된 청쿵실업 주주총회에서 "향후 벌어질 재산상속 분쟁을 막기 위해 첫째 아들에게는 회사 경영권을, 둘째에게는 투자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 회장은 "이번 후계구도 발표가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회사인 청쿵실업과 14개국에서 항만과 통신 사업 등을 벌이는 허치슨왐포아 등은 리 회장의 장남 빅터 리가 물려받게 됐다. 청쿵실업과 허치슨은 리 회장 재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회사들이다.

대신 차남인 리처드 리에게는 사업확장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리 회장은 "둘째아들은 관심 있는 일이 따로 있고 이미 상당한 규모의 회사들을 몇 개 갖고 있다"면서 "간단히 말해 둘째아들이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돈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홍콩 최대 통신회사 PCCW 회장인 리처드 리는 M&A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세 때 자신이 설립한 위성TV 채널인 스타TV를 상당한 값을 받고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매각했으며 2010년에는 미국 AIG그룹의 자산운용 부문인 AIG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리 회장은 "둘째아들이 청쿵실업ㆍ허친슨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는 분야에서 몇몇 규모 있는 회사들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그에 소요되는 인수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리 회장은 이 같은 사업분할 계획에 대해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해온 것"이라면서 "이로써 아들끼리 사업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회장은 총재산이 255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올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부자(세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 언론들은 다음달이면 84세를 맞는 리카싱의 막대한 재산을 누가 가져갈지에 대해 지금까지 다양한 추측을 해왔지만 이로써 난무하던 소문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 회장의 후계구도 발표는 홍콩 카지노 업체 SJM홀딩스의 스탠리 호(90), 지병으로 회사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투자회사 난펑그룹의 천팅화(89) 회장 등이 아직 후계구도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례적으로 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두 기업 자녀들의 재산상속 다툼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경각심을 갖게 된 리 회장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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