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외국계 투자가와 최대 2,000억원의 자본금 유치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그룹은 단순히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에서도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를 갖게 돼 성공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외국계 투자가 두 곳과 지난해 말부터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의 자기자본은 8,187억원으로 현대상선과 투자가 측은 2,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10%대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현대상선의 주가는 주당 약 1만 3,250원이지만 우호지분이 되는 대가로 이보다 낮은 가격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가가 지분을 확보한다.
신규 투자가 확정될 경우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은 안정된다. 현대상선의 지분구조는 현 회장과 범현대가가 각각 27%대로 엇비슷하다.
이 때문에 현대가 며느리와 시숙 간의 경영권 분쟁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그동안 현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파생상품 계약을 이어왔다. 투자가가 우호지분이 되는 대가로 현대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온 것이다.
신규 투자가 결정되면 현대그룹은 이 같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한 우호지분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와 함께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상선은 물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현대그룹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계열사 지분매각 등 3조 3,000억원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증권 지분이나 현대상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알짜 자산을 파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그룹의 구조를 바꾸려면 자본확충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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