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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수중발레' 환상적…진화된 '2010 심청'

● 발레 '심청'

올해 무대에서 돋보인 심청의 수중발레 장면

여자로서는 성숙한 나이인 스물 넷을 맞는 올해 발레 '심청'은 한층 깊어진 서정성과 매혹적인 연기, 세련된 아름다움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발레 심청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고전을 지난 86년 발레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올해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과 용궁 장면에 디지털 영상을 오버랩시켜 그 동안 관객의 상상에 맡겼던 바다 속 장면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며 환상적인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무대는 '1세대 심청'인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이 중년의 왕비 심청으로 출연, 어린 시절 심청이 심 봉사의 손을 이끌고 무대를 지나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막이 오른다. 심청의 '파스르(1인무)'에선 한국 고전 무용에서 만났던 우아한 팔 동작이 발레와 만나 고풍스러운 맛을 잘 살렸다. 배 위의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무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선장의 주떼 마네쥬(다리를 180도로 들어 점프하면서 원을 그리는 동작)와 뱃사람으로 출연한 발레리노들의 강렬한 군무가 심청의 서정적인 연기와 대비되며 무대를 채웠다. 공연의 압권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자마자 이어지는 수중 발레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공연에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 속으로 심청이 몸을 던지면 1막의 끝을 알리는 커튼이 내려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심연으로 가라앉는 심청의 애절한 몸짓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바닷속 물방울 소리가 잔잔한 음악을 타고 객석으로 울려퍼졌다. 심청이 물 속에서 두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관객들의 예상과 달리 심청은 물고기에 손을 내밀기도 하면서 수중 세계를 신기하게 관찰한다. 이어 용궁 왕자가 나타나 심청에게 손을 내민다. 물 속에서 펼쳐지는 심청과 용궁 왕자의 몸짓이 마치 무대 위의 '파드되(2인무)'를 느린 영상으로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몽환적인 수중 발레가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3막 왕궁 장면에서 왕과 심청이 선보이는 '달빛 파드되'는 '한국의 발레리나라면 한 번쯤 춤추고 싶어하는 명장면'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로맨틱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심 봉사가 갑자기 눈을 뜨게 되는 장면이나 심 봉사의 손이 닿은 다른 봉사들이 눈을 뜨는 피날레 장면은 다소 억지스러워 '옥의 티'가 된 느낌이다. "모든 예술의 최고 과제는 형태를 빌려 한층 고상한 실재의 환영을 낳는데 있다"는 괴테의 명언처럼 디지털 영상을 빌려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2010년 심청의 진화는 한국 발레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공연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극장에서 3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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