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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의 명암

정부가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제도와 일반 건설업자의 의무하도급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비서비스산업 분야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병행수입제한 제도, 일반 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겸업금지 및 민영주택 규모별 건설비율 등 핵심 개선대상이 제외된 점이 아쉽기는 하나 규제개혁의 해묵은 현안들이 이번에 정리된 것이 주목된다. 지난 79년 도입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과보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인위적인 진입제한의 보호막 속에서 화초처럼 자란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가 여러 차례 이 제도의 철폐를 추진해왔으나 과보호에 따른 기득권을 지키려는 중소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막상 실행하기는 쉽지않았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중소기업 육성정책에서 의미 있는 변화인 동시에 규제개혁의 큰 획이 그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철폐만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유일한 대책이고 규제개혁에서 예외는 가급적 인정하지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같은 판단은 기본적으로 옳다.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보호막에 안주하려 하지말고 경쟁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다 해도 외국제품이 범람하는 수입개방시대에 이 제도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의 진출을 막으려다 자칫 해당 업종의 시장을 외국제품에 내어 주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규제개혁도 이 같은 글로벌 경제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투자위축이 심각한 내수불황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제는 규제철폐 얘기마저 꺼내기 싫어한다. 규제가 많아 아예 외국으로 가 공장을 짓겠다는 식이다. 공장입지와 경영권과 관련된 차별적 규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투자를 부추길 것인가. 서울은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에는 금융관련 규제가 너무 많다는 매킨지의 보고서는 또 무엇인가.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도를 위해서는 이번 대책을 훨씬 능가하는 혁명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마구잡이로 철폐해서는 물론 안 된다. 국민경제에 득이 되는 규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시민단체와 금융당국은 길거리 모집 규제만 제대로 됐어도 엄청난 신용카드 부실은 막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정책실패가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달 중 분야별 규제를 일괄 해결할 규제개혁기획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되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졸속을 범하지않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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