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머무르지 않기에 늘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노마드(nomadㆍ유목민)의 삶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예술가들에게 낯선 시ㆍ공간을 제공해 새로운 창작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독려하는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2006년 몽골부터 시작해 지난해에는 남극과 이란, 중국 등으로 참여지역이 확대됐다.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노마딕 리포트 2012' 전시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4월15일까지 열린다.
유목민의 본고장인 몽골로 떠난 작가들은 '노마딕'의 이주(移住)와 '레지던스(residence)'의 정주(定住)라는 모순된 개념에서 착안해'찰나생 찰나멸(刹那生 刹那滅)'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을 주제로 잡았다. 중국 위구르 자치구를 누비며 '길 위에서 살림살기'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작가 이수영은 몽골의 초원에서 장사(葬事)를 치렀다. '풍장(風葬)-풀과 바람의 장례'라는 작품은 자연 속 동물들의 죽음을 통해 관객까지 삶과 죽음에 대한 간접체험으로 끌어들인다. 시장(市場)의 소리를 수집해 온 작가 홍현숙은 남고비 초원의 공간감을 영상 작품으로 표현했고 그 맞은 편에 거울벽을 설치했다. 아래위로 나뉜 거울의 위쪽은 유목문화가 사라져 가는 몽골의 풍경을, 아래는 몽골 사람들의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남극으로 간 작가들은 문명과 기술이 배제된 극지의 현장을 체험했다. 작가 광모는 1만년 이상 된 빙하의 층들을 촬영해 얼음의 역사성을, 김승영은 남극의 낯선 푸른 밤을 찍어 자연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3월14일까지 몽골과 남극팀이 전시하고 이후 23일부터는 중국으로 간 리경ㆍ문형민ㆍ장지아 등이 '표류기(漂流記)'를 주제로, 류신정ㆍ유지숙 등 이란에 다녀온 작가들은 '페르시아의 바람'을 주제로 전시할 예정이다. (02)760-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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